2021. 6. 7. 23:23ㆍ스타트업
스타트업을 하시려는 분들, 특히 법인을 설립해서 스타트업을 하시려는 분들에 대한 일종의 태교역할을 희망하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실 법인이란 건 굉장히 이례적인 개념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히 통용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사람(법률용어로는 '자연인')만이 법적인 인격을 가졌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그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의 정의에 '여자'가 빠져 있던 시절이 있고, '노예'가 빠졌던 시절이 있고 몇 백년 전만 해도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는 '중국인'은 빠져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인이란 게 뭔지 잠깐이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꼭 법인으로 시작해야 하는가?
누구도 이 질문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는 것이 저로서는 신기합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법률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김앤장'은 법인이 아닙니다. 여기는 동업관계에 있는 민법상의 '조합'입니다. 참고로 협동조합은 '법인'입니다.
그러니까 스타트업과 법인은 필수관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이지요.
서비스 종류에 따라서 형태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게 정말 기본인데 이걸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시작하는 아주 작은 단위의 사업을 뜻하니까요.
하지만 정부지원은 대부분 영리법인을 요구합니다. 나름 합리적인 이유는 있지만, 세금에 대해서 책임을 끝까지 묻는다는 차원으로 보면 민법상의 '조합'도 택할 수 있겠습니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저는 둘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 결정은 우리나라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서에 따라 결정을 내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법인의 속성
법인은 태어나면 권리능력을 갖는 자연인과 다르게 특별히 조건을 갖추면 법적으로 인격을 부여하겠다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합니다.
따라서 법인을 만들 때 필요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법인은 (상대적으로) 만드는 것이 없애는 것보다 훠~얼씬 쉽습니다.
반드시 법인을 없애려면 청산이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람, 즉 자연인은 사망이 있는 경우 상속이라는 대안이라도 있지만 법인은 권리관계가 상속되지 않으므로 정리가 까다롭습니다.
원래 관계를 맺는 것보다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사회적 파장이 크므로 더 까다롭습니다. 이걸 알아야 법인을 만들 때 신중해질 수 있고 태교라도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법인의 청산에 대한 가까운 예로 이혼이 있을 수 있겠네요.
혼인신고는 시, 군, 구 등에 가서 간단히 할 수 있지만, 혼인으로 가족관계가 생기고 나면 그걸 해소하는 건 '법원'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권리와 의무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 문제가 담기기 때문입니다.
법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리와 의무가 발생될 수 있기에 어떤 권리와 의무가 있는 지 확인하고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최종적으로 유권해석을 하는 법원이 개입합니다.
그리고 법인은 자연인과 달리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기에 기관이 필요합니다.
법인을 움직이는 것이 경영이라고 한다면 경영하는 기관을 주식회사는 '이사'라고 하고, 소유하는 기관을 '주주총회'라고 합니다. 주주총회는 소유자들의 모임이므로 경영하는 기관을 뽑을 수 있고, 경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규율을 확정 또는 승인할 수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경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규율을 '정관'이라고 합니다.
법인의 목적 = 법인의 핵심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했는데, 여전히 여려울 겁니다.
영리법인이든 비영리법인이든 법인은 '목적'사항이 그 법인의 권리능력 한계입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법인의 목적을 아주 엄격히 해석하지는 않습니다.
법인의 권리능력은 법인의 설립근거가 된 법률과 정관상의 목적에 의하여 제한되나 그 목적 범위 내의 행위라 함은 법률이나 정관에 명시된 목적 자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직접, 간접으로 필요한 행위는 모두 포함된다.
법인이 뭘하기 위한 곳인지를 밝히는 것은 그래서 아주아주아주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기준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OpenExO는 '지수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고민하고 경험을 나누고 성장시키는 곳인데, 여기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MTP라는 것입니다.
법인의 목적을 추리고 추려서 캐치프레이즈처럼 하나로 내세우는 게 바로 MTP입니다.
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
물론 이는 공통된 속성을 뽑고 뽑아 고갱이를 한 문장으로 녹여내는 것이므로 법인을 설립할 때 내세우는 법인의 목적과 꼭 같은 것은 아니지만 법인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를 정리하는 건 그래서 아주 중요합니다.
법인의 목적은 일을 할 때 나침반처럼 방향을 제시하고 업무를 하다가 판단이 필요할 때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일수록 부족한 자원을 고려할 때 시행착오를 효율적으로 겪으려면 더더욱 '목적'이 명확하고 뚜렷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인에게 목적은 존재이유이기도 하지만 법인 형태를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유한책임은 기본, 주식회사 여부는 옵션!
법인을 두는 가장 큰 까닭은 법인은 개인사업자(민법상 조합, 다른 말로 '동업'을 포함합니다)와 달리 출자한 자본금 범위에서 위험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하기 때문일겁니다. 그래서, 법인 설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유한책임'입니다.
상법상 회사를 만들 때 합명회사라는 무한책임을 지는 회사가 있고 합자회사라는 무한/유한 혼합책임의 속성을 갖고 있는데 법인형태가 있습니다. 합자회사는 그나마 경영을 담당하는 무한책임사원과 자본을 출자하기만 하는 유한책임사원으로 나눠서 출자자는 자본만큼만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있어 사모펀드 등에 활용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과거 택시 사업을 하는 경우 운수회사가 합자회사를 하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합명회사는 거의 사문화 되어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과거에는 상법에서 주식회사를 만드려면 5천만원의 최소 자본금 제도가 있고, 발행가능주식과 최초설립에서 발행해야 하는 주식 사이의 비율(최대 발행가능주식은 최초 발행하는 주식의 4배까지 한도가 있었습니다)이 있었기에 주식회사 설립에 다소 허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100원으로도 주식회사를 법적으로는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제법 길어져서 법인 형태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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