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물을 싫어한다고 한다. 의외로...

2020. 12. 2. 07:11더불어살기

상식이 뒤집힐 때 매우 충격을 받는다.

 

내가 매우 사랑하는 벼 박사인 형이 '벼는 사실 물이 고인 논을 매우 싫어한다. 논에 물을 대는 건 벼가 물을 싫어하지만 물에 강하고, 다른 식물이 벼만큼 강하지 못하며, 벼가 물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해서 충격을 먹었던 적이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일 지 모르지만 나는 규율을 좋아하지 않고, 규율대로만 살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노자를 한동안 내 삶에서 매우 가까이 두고 사려던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규율을 싫어하지만, 규율이 제공하는 안전에서 벗어나면 살기 어려운 매우 갸냘픈 존재다.

 

그런 점에서 나는 벼를 매우 닮았다.

 

좋은 의도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매우 나쁜 습관

강형욱 훈련사는 항상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매우 반복적인 지적을 한다.

그렇게 반복해서 지적을 해도 반복해서 실수를 의도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또 놀란다.

그가 하는 말은 매우 단순하다.

 

'규율을 가르쳐라, 단호하라, 사랑이란 이름으로 망치지 말라'.

 

얼마 전, 비행기를 타고 오며 옆자리에 승객 분이 강아지를 데리고 타셨다.

 

승무원은 반복해서 강아지를 절대 케이지에서 꺼내지 말고, 케이지를 보이지 않게 좌석 아래로 넣어달라고 했다. 차례나 좌석 아래로 부드러운 케이지이니 넣어달라고 요청했고, 고객님과 강아지 모두의 안전을 위한 규정이니 지켜달라고 했다.

 

강아지가 불편할 것을 염려한 분은 시늉만하고 넣기를 거부하셨고, 이륙이 급해 마침내 승무원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이륙이 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강아지는 당연히 꺼내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승객분은 태연스레 강아지를 꺼내 안았다.

 

참고 있다가 마침내 강아지를 꺼내지 말라고 했는데 그러시냐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을 드렸는데, 분은 '우리 애가 너무 바들바들 떨어서 어쩔수가 없어요'라고 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참기로 했다.

하지만 분은 내게 양해를 구하시려고 해서 '제게 양해를 구하기보다 아이에게 규율을 익히게 하셔야죠.'라고 답을 했다. 양해를 하는 한순간이지만 이런 태도는 승객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전혀 좋지 못하다고 생각을 했다.

 

이후 눈치를 보시다가 마지못해 케이지에 강아지를 넣으려고 했는데, 당연히 강아지는 거부했다. 핑계를 대며 다시 안들어가려고 한다며 눈치를 살피셔서 '들어가야 한다는 알게 하고 규율을 익히게 해야 합니다'라고 다시 단호하게 대했다.

 

이후 어느 정도 안정되자 승무원이 지나갔는데, 다시 양해를 구하시려고 했다. 자리를 바꿔달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이미 비행기는 만석이라 어디 곳이 없었다. 강아지 전용석이 있다고 했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양해해줄 옆자리로 가고 싶으신 목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승무원은 강아지 전용석에 대해서는 답을 하진 않고 항공규정상 절대 나오면 안된다고 부드럽게 말씀드렸다.

 

결국 포기하고 못본 체 하자, 강아지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잠잠해졌을 무렵.

잠시 잊어도 좋으련만 분은 다시 안절부절하며 잠잠해진 강아지를 '괜찮아 괜찮아'하며 다시 자극하셨다. 정말 가만히 있는 강아지를 손짓으로 자꾸 시선을 끈다.

 

딱 말 그대로다.

 

알묘조장(揠苗助長)

알묘조장은 조장이라고도 하는데,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어느 송나라 사람이 밭에 심은 작물의 싹이 너무 늦게 자라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자라는 걸 돕겠다겨 그 싹을 뽑아 올리고 집에 왔다고 한다. 밭의 모든 작물에 싹을 손수 뽑아 올려주고 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자랑스레 부인에게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밭에 가보니 싹이 모두 말라 버렸다고 한다.

 

맹자는 그 송나라 사람을 비웃지만, 사실 모두가 '조장'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누구나 언제나 대체로 의도는 좋다.

문제는 의도를 결과로 엮어내는 과정이다.

 

해보려는 의도는 매우 중요하지만, 보려는 의도만 가진채 때론 참아야 할 것들을 참지 않고 자꾸 건드린다.

심지어 정성을 다하지 않고 게으르게 행동으로 옮긴 일과 관계를 망치고는 ' 해보려는 또는 좋은 의도'라는 핑계 뒤로 숨는 태도는 또 얼마나 많은가?

 

최근 읽은 '세스 고딘'의 린치핀을 보면, 도마뱀 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도마뱀 뇌는 삼중뇌(Triune Brain) 가설에서 출발한 모델인데, 마케팅 분야에서 히트한 책들이 많이 인용하고 있는 듯 하다. 좀 더 뒤져보면 사실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세스 고딘이 말하는 내용은 매우 의미가 있다. 그것이 도마뱀 뇌의 작용이든 아니든...

 

세스 고딘은 살다보면 속에서 꿈틀거리며 튀어나오려는 뭔가가 있는데, 이게 도마뱀 뇌의 작용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듯 도마뱀 뇌의 작용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경우가 있는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는 대체로 이런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걸 잡지 못했을 때, 당장은 시원하지만 대체로 결과는 시원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참고난 뒤의 결과에 만족하는 훈련을 강조한다.

 

사실 규율은 훈련이다. 자연스럽지 못하며, 부자연스러운 걸 몸에 익히는 과정.

 

그걸 공부(工夫)라고 하고 했단다.

 

이런 공부하는 방법 중에 '경계'를 깨닫는 훈련이 있는데, 매우 간단하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그런 상황에 처하면 스스로 자각하고 속으로 외친다.

 

'앗, 경계다!'

 

벼는 싫어하는 물을 견디며 나락을 영글어 낸다.

 

<<대표이미지 출처: Image by dae jeung kim from Pixabay >>

'더불어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스턴리걸(Boston Legal)과 조국의 시간  (0) 2021.06.15
남의 삶에 간섭을 하려면...  (0) 2021.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