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365로 리걸테크 시작하기

2021. 5. 4. 14:22리걸테크

제가 아는 대부분의 법률가들은 다른 직역과 달리 MS와 매우 멀리 있습니다(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외하구요).

 

대부분 기술과도 멀리 떨어져 지냅니다.

 

법무분야는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고 아이폰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하고 있기에 그나마 구글에는 상대적으로 익숙한 분들이 많습니다(물론 아주 수동적인 사용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첫 직장을 시민단체에서 시작했는데, 그곳은 모든 것이 열악해서 업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추상화해서 기술로 업무량을 조절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는 아주 훌륭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마이크로소프트 워드(MS Word)와 엑셀(Excel)을 활용해서 '메일 머지(Mail Merge)'라는 걸 활용했는데, 함께 했던 간사님이 제가 이런 기능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했을 때 제 말을 놓치지 않고 찾아주셔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최초로 했던 업무 추상화가 아녔나 싶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의 효과로 점점 서비스를 손쉽게 접속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서비스를 적당히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아주 손쉬워졌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자바(Java)'와 '스프링(Spring)'을 배워서 서비스하는 걸 생각했고, 이를 위해 실업자 과정을 통해 5개월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을 얻고, 서비스를 구현할 때 필요한 용어들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그런 것들을 만드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좀 더 쉬운 걸 찾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사이에 무턱대고 '아마존 웹 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Azure)'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약간의 비용을 내면서 만져보기도 했네요.

 

루비와 루비 온 레일스 같은 언어로 블로그를 만드는 과정도 해보았습니다.

 

루비 온 레일스를 윈도즈 7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데 아주 애를 먹고 그 과정을 영문 사이트를 뒤져가며 블로그로 남기기도 했는데, 아주 쓸모없게 되었습니다.

 

기술의 변화에 따라 그런 기능적인 요소들을 블로그로 쓰고 나면 3~4개월 정도 후에는 오히려 잘못된 안내가 되기도 하더군요.

 

구글 서비스 활용

 

그래서 처음에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무료 패키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구글에서 제공하는 '구글폼즈(Google Forms)'는 굉장히 활용도가 높고 우수합니다.

 

게다가 제3자가 제공하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을 추가하면 아주 강력한 서비스가 되지요.

 

문제는 내가 서비스를 그렇게 만드는 건 손쉬운데 그렇게 만든 서비스를 이용할 분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글과 컴퓨터' 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구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잘 쓰려면 그분들의 학습이 필요하였는데, 이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매우 큰 도전과제였습니다.

 

그냥 쓰면 되는데 그게 엄청나게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여전히 왜 그게 그렇게 부담스러운지는 약간 의문이긴 합니다.

그냥 읽어보고 따라 해 보면 어떻게 쓰는지 알 것 같은데, 왜 그게 안되는지 참 의문입니다.

 

게다가 용량 제한도 있어서 이를 상용에서 쓰려면 어차피 약간이나마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구요.

 

그 약간이나마 비용을 지급하겠단 생각을 갖고 나서보니 'MS 365'가 엄청나게 요물이더군요.

 

로봇형 프로세스 자동화 또는 RPA

 

그런 생각에 이른 건 제가 '오토메이션 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라는 미국 회사의 '알피에이(RPA) 혹은 로봇형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접하고 거기서 훈련을 통해 '트레이너' 인증을 받으면서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제가 교육을 받은 때가 2019년 봄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클라우드에 해당 RPA 서비스를 올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RPA로 서버를 구축하고 봇을 제어하며 운영하는 과정에서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컸는데, 우리나라처럼 '시스템 통합(SI, Sytem Integration)'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RPA가 이런 SI를 대체하는 역할로 포지셔닝을 하게 되면 RPA가 가진 한계로 인해 고객들의 불만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대체제로 찾아본 것이 당시 MS가 제공하던 '플로우(Flow)'였습니다.

 

사무처리를 자동화하는 데 핵심은 '로봇(R)'이 아니라 '프로세스' 자체가 자동화에 적합한 지와 자동화에 적합하게 바꿀 수 있는 지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실제 상담에서 겪고 있는 현장의 문제는 '로봇화'를 하느냐가 아닌 '프로세스'가 기술의 한계로 자동화가 어려웠던 까닭을 분석하는 일이란 데 생각이 이른 다음에는 제 나름의 가설이 더 맞다고 여겼습니다.

 

챗봇이냐 아니냐, 인공지능이냐 아니냐는 리걸테크의 본질이 아니다

리걸테크 서비스에서 챗봇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러한 요소에 잘못 빠져들면 서비스 자체의 확장 가능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챗봇의 직관적인 소통능력을 잘못 설계하면 ARS처럼 되어서 사용자 경험이 더욱 나빠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챗봇은 사용자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학습에 방해가 됩니다.

 

저도 '두낫페이(DoNotPay)'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이를 국내에서 응용하는 훈련 프로젝트(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훈련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획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경험도 매우 무시하기 힘든 서비스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우선순위에서 '챗봇 경험'보다 궁극적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내 상태'와 그 상태에 맞는 '법적 조치' 또는 '법적 행동 및 문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과 챗봇은 약간 뒤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가진 현실에서 택할 수밖에 없는 결론입니다.

 

MS 365와 파워플랫폼, 그리고 리걸테크

 

MS 365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면 서비스 품질에 따라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파워플랫폼(Power Platform)을 적용해서 원하는 서비스를 거의 모두 개발이 가능합니다.

 

파워 버추얼 에이전트(Power Virtual Agent)라는 챗봇 서비스를 통해 챗봇을 붙이는 것도 가능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상당히 있습니다.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서비스 디자인과 배포 정책,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더 큽니다.

 

이 역시 언제고 나중에 따로 설명해야 할 듯합니다.

 

당장 문서를 관리하고 템플릿을 활용하는 수준만으로도 현직 변호사인 제 배우자는 매우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오래전부터 클라우드에 올려두고 사용하는 것이 안전성에서 더 뛰어나다고 하고 '메모리 스틱(흔히 말하는 USB는 통신용 연결방식에 대한 산업 표준입니다) 또는 플래시 드라이브'에 문서를 담아 다니는 습관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플래시 드라이브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보면 해당 컴퓨터로부터 오염될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정말 더 큰 문제라는 점을 요행에 맡기고 있었다는 걸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클라우드에 있으니 문서 편집도 동시에 하고, 덕분에 의사소통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줄여서 서비스를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쫓아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법률문서 작성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 심리적으로 꺼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파격적인 방식이 자연스러울 것으로 생각하는데, 여전히 법률시장에서 구매력을 갖춘 분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다소 시간은 걸릴 듯합니다.

 

카카오톡이란 애플리케이션의 확산세와 활용을 고려해보면 그 문턱을 낮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객과 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각 단계별로 진행상황을 관리하는 요소는 MS Lists와 Teams 등을 적절히 배합해서 Power Automate로 진행할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도입단계가 중요한데, MS Forms가 대외적으로 그런 관문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Power Apps Portal을 통해서 프런트 오프스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겠지요.

 

업무 진행 상태를 시각화하는 요소는 Power BI로 직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겁니다.

 

하나 둘 차근차근 법조인들이 어차피 사용한 MS 365를 통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관리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가며 그 구축 경험을 공유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