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

2024. 1. 19. 15:23리걸테크

코딩을 아예 모르던 시절.


자바란 걸 배우고 있는데, 어느 귀인이 내게 '파이썬'을 배울 타이밍이라고 했다.
굳이 그 나이에 자바를 배우는 것보다 '파이썬'을 추천해줬는데, 그 때 처음으로 프로그래밍 언어가 다양한 줄 알았다.
전자정부프레임워크를 배우는 실업자 교육과정이어서 자바가 너무 당연했지만, 따로 프로그래밍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면 그 귀인의 추천처럼 '파이썬'을 배웠을텐데, 그 때 나는 너무 무지했다.

암튼 코딩을 배우면서 내 손이 버그가 내장된 게 아닌가 싶은 의심도 했다. 뭐만 하면 계속 오류가 났고, 그래서 스택오버플로우를 가까이 하게 되었다.

그 귀인을 만났을 때, 뭔가 아는 체 하고 싶어 스택오버플로우를 가까이 하고 있다고 하니 깃허브라는 게 있는데 거기 가면 잘된 것들이 있으니 차라리 그것들을 잘 활용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깃허브를 검색하면서 깃허브의 유치찬란한 소개 동영상을 보고 깔깔거리곤 했다.

실업자용 교육과정이 어느정도 진행이 되자, 버전컨트롤에 대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고, '서브버전(Subversion, SVN)'을 익혀야 했다. 시키는 대로 않고 '깃허브'를 통해 팀프로젝트를 관리자하고 주장하면서 '깃'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깃'을 만든 사람이 바로 '리누스 토발즈'라는 걸 알고나니 '서브버전'은 곧 사라질 방식이겠구나 싶었다. 겨우 책 한 권 읽고, 그것도 대체로 이해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텐데도 불구하고 '리눅스, 그냥 재미로(Linux just for fun)'이란 책의 '리누스 토발즈'는 이미 재수시절 '커트 코베인'이랑 맞먹고 있었다.

깃의 원리와 작동방식 등은 대충 이해하겠다 싶었는데, 실무에서 도대체 어떤 것들이 문제되고 어떻게 해결하는 건지는 팀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는 컴맹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렇게 깃만 컴퓨터에 몇 번이나 설치하고 지우고, 그러다가 그냥 깃허브를 쓰고나니 너무 편했다.

이제 깃허브는 각 프로젝트들이 담긴 리포지토리(저장소)의 수많은 공개된 소스코드들을 바탕으로 학습을 한 상태다. 스택오버플로우가 매우 분절적인 질의응답의 방대한 지식자산이라면 깃허브의 프로젝트들은 실행중인 코드들이 정리되어 관리되는 잘 조직화된 데이터라는 차원에서 머신러닝의 대상으로는 깃허브가 당연히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깃허브 코파일럿을 활성화 시켜놓고 나면 대화하며 코딩을 했을 뿐인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단위테스트용 시나리오도 제공하고 그러더라. 채팅만으로 페어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지고 있다.

GitHub Copilot: the AI pair programmer for today and tomorrow (youtube.com)


그래서 정말 실력있는 사람들은 점점 더 잘 활용하게 되고, 효율도 점점 더 잘 내게 되는 세상이 왔다는 걸 새삼 느낀다.

비단 프로그래밍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느낀다.

리걸테크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관련 법령과 판례 등의 지식 축적과 실제 사례의 법적 포섭(매칭)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잘 구조화해서 사례를 정리하고 법적 지식도 잘 구조화해서 항시 서비스 할 수 있는 것을 지원할 것인가로 심화 및 확장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챗지피티에서 PDF 파일로 판례와 법령을 올려두고 질문했을 때 나온 결과물을 보면서 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고민했던 지난 노력이 얼마나 덧없나 싶어 씁쓸했지만, 이미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피터 디아만디스가 말한 'deceptive' 단계를 지난 지금의 기술은 정말 잠시 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파괴적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럴 수록 점점 더 본질에 가까운 통찰이 중요해지고 있지 않은가 싶고,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