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에서 리걸테크(LegalTech)까지

2021. 5. 4. 12:06리걸테크

1990년대 중반.

 

뭘 하든 '포스트모던'을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모더니즘'도 잘 모르겠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을 강요받던 시기입니다.

 

엄청나게 소비되었지만 누구도 개운하게 설명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성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었는데, 그 무렵부터 이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성(異性)이 아니라 이성(理性)입니다.

 

포스트모던에 대한 내 나름의 이해

 

이미 구글을 검색하면 쉬운(?) 말로 설명이 잘 되어 있을 거라 굳이 내가 설명을 하는 건 별로일 겁니다.

 

그럼에도 약간 몸풀기 삼아 몇 줄 떠들어 봅니다.

 

참고로 '포스트모더니즘'의 그 '포스트(post)'는 호랑이가 달리며 선전하는 시리얼(cereal) 회사를 뜻하지 않는다는 거다.

 

재밌게도 그 회사의 창립자 이름이 '포스트'인데, 포스트라는 성을 포스트에 붙이고 있다.

 

이게 웃기지 않은 건 여러분의 유머센스 탓이지 제 탓은 아닙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탈구조조의'라고 번역하는 곳도 있었고, '후기구조주의'라고 번역하는 곳도 있었고, '탈근대주의' 또는 '후기 근대주의'라고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각 입장에 따라 붙인 표현인데요.

 

당시는 지식의 전파속도가 무지 느려서 이미 70년대 후반과 80년대에 유럽에서는 휩쓸고 지난 주제가 유학파들이 돌아와 떠들면서 세기말 풍조와 어우러져 엄청나게 유행을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많은 책과 논문을 읽어도 저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제 보니 그분들의 영어실력이 이런 철학적인 주제를 해결할 수준이 아니어서 그랬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근대주의는 중세 이후에 시민계급의 성장으로 이성중심의 고도로 체계화된 사회를 건설했습니다.

 

여기에는 수학의 발달이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데요.

 

제가 언제나 이야기하는 추상화가 고도로 이뤄집니다.

 

사회적인 추상화의 결정체가 법에 의한 통치입니다.

 

중세 유럽은 신에서 권위를 부여받은 왕과 그 권위의 구현체인 가톨릭 교회의 지도자(흔히들 '교황'이라 부르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교종'으로 쇄신한 가톨릭을 생각하면 '교황'은 오히려 실례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조: '교황인가, 교종인가?')의 공생과 대립이었습니다.  

 

교황인가, 교종인가?

강우일 주교 등 ‘교종’ 사용…“황제 이미지 떼어버리기 위해” ‘포프’ 어원은 ‘아버지’…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계기로 관심

www.hani.co.kr

왕이 가톨릭 교종의 권위에 도전하는 걸 보고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왕에게도 도전을 하게 됩니다.

 

영국에서 이러한 근대가 터를 잡고 형성된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근대는 왕이 그때그때 칙령을 반포하고 맘대로 하던 것이 아니라 시민의 대표(사실은 귀족과 돈 많은 사람들)가 법이란 체계를 통해서 통치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법은 추상화의 결정체

 

그런 점에서 법은 일상에서 발생할 보편적인 상황을 '일반적, 간접적, 추상적'으로 적어둡니다.

 

그 적용에서 융통성과 합리성을 발휘하게 됩니다.

 

하지만 법에 근거해서 구체화되는 과정에는 법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됩니다. 이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지요.

 

여러분들은 민법이라고 하면 언뜻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하시나요?

 

한 문장으로 줄이면 민법은 사인들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내용을 규율하는 법입니다.

 

형법은 죄와 형벌을 다루는 법이구요.

 

그리고 해당 법의 소송법은 그러한 법을 법원을 통해 다루는 절차를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 규정은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이기 힘듭니다.

 

공통된 요소를 뽑아서(abstrct, 抽像) 처리하게 됩니다.

 

민법에서 사람은 '자연인'과 '법인'으로 구별되는데요.

 

이때 사람이란 추상적인 표현에 대해 다툼이 있습니다.

 

가령 태아는 사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민법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히 지를 않고 있습니다.

 

중요한 까닭은 태어나지 않았는데 이를 기초로 권리능력을 인정해서 법률행위가 일어난 경우 나중에 유산이 되면 사회적인 혼란이 옵니다. 수많은 권리와 의무가 취소 또는 무효로 되거나 원상회복 등의 절차가 뒤따르게 되겠죠.

 

형법에서도 사람은 매우 중요합니다. 살인죄와 낙태죄의 갈림이 되고, 사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위한 수술행위가 살인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란 추상적 표현을 해놓고, 구체적으로 '사람'이 언제인지는 세세히 적어두지 않습니다.

 

법은 추상화가 중요하고, 근대국가는 이 추상화 위에서 돌아가는 세상이었습니다.

 

굉장히 효율적이면서 매우 일방적이지요.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등장합니다.

 

그 속에서 발생되는 소외현상들이 내재되면서 쌓인 개인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요.

 

프랑스의 68 혁명이 아주 중요한 까닭입니다.

 

그 세대가 학문적으로 성장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중요한 인물이 됩니다.

 

근대화는 영국이지만 탈근대화는 프랑스가 유명한 것은 그런 시대적 맥락이 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무렵 '포스트모더니즘'을 떠드는 강사 또는 교수들은 이런 것을 대충 얼버무렸습니다.

 

막연히 대충 갖다가 붙인 아주 익지 않은 면발을 알덴테라며 우기고 파는 느낌이랄까요?

 

불쾌하고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심지어는 신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을 구별 못하고 떠들던 조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문명은 근대의 구조 위에 존재합니다.

쥐뿔도 몰랐지만, 그리고 소시민적 삶을 전원에서 만끽하고 싶었지만 '골프장'과 관련해 고민하면서 저는 현대문명이 근대의 구조를 버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친환경, 무농약을 이야기해도 우리 삶은 서로 잇닿아 있다는 걸 '골프장'에서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잘 모르겠으나 과거 골프장은 농약을 엄청나게 뿌리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그 파아란 잔디를 관리하려면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그 넓은 곳을 사람이 일일이 뽑고 다닐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제초제 등으로 아주 악명이 높은 곳이 '골프장'이지요.

 

그래서 그 인근에 사는 분들이 아무리 친환경, 생태주의를 이야기해도 영향을 아주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의 효율은 이런 근대가 선물한 추상화된 제도와 장치를 떠나기 어렵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남들이 '탈구조주의'를 이야기하는 데 '구조주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보면 현대는 근대를 딛고 있고 근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대"를 감시하고 "근대의 대안을 모색하는 일"을 관심 두었습니다.

 

대안경제, 시민사회, 시민운동 등등...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법을 공부하게 되었고, 세상이 복잡할수록 더욱더 법이 보편적으로 두루 필요하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법이 기술을 만나 일으킬 변화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문 이미지: 마그나 카르타, 영국 도서관 소재(British Library Cotton MS Augustus II.106), 위키피디어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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