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2023. 8. 27. 23:35내 서재

책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표지 이미지

160킬로미터 강속구가 있는데 그걸로 충분한 거 아녜요?

토스(toss)가 구현한 금융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화려한 뭔가가 잔뜩 있어야만할 것 같은 금융 애플리케이션이 지나칠 정도로 단순했다.

 

카카오페이도 처음에 어려워했던 내 배우자가 토스는 쉽게 쓰는 것도 (물론 카카오페이에서 경험이 크게 역할했겠지만) 토스 디자인이 매우 직관적이고 간결하기 때문이라고 난 믿는다.

 

토스가 구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은 '간결하고 손쉬움'에 있는데 디자인적으로 매우 일관성이 높다.

 

이 책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는 표지에 딸린 부제처럼 '일상 속 숨겨진 디자인의 비밀'을 '토스'로 시작하는데 매우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교묘함

책은 무한스크롤 기능으로 콘텐츠 소비자가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포모'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포모'를 이야기 했는데 살짝 아쉬움이라면 숏폼 영상들에 중독된 현대인들을 고려할 때 시청자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까지 고민이 뻗었으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살짝 있었다.

이 부분이 제3장 디자인에 윤리가 중요하다고? 에서 다뤄진다.

특히 디지털공해에에서 벗어나자는 글이 부족하나마 실천적이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박진감

게임에 열광하는 까닭은 게임을 하는 동안 자아가 일치되어 본인이 게임 속 아바타와 동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박진감(迫眞感)이라고 한다. 학습분야에서도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하고자 하는데, '틴더' 사례에서 수많은 데이팅 앱과 차별성을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주목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과 이를 실체가 있는 앱으로 구현하는 독창적이고 고유한 제안가치(UVP, Unique Value Proposition)에 디자인이 얼마나 크게 역할을 할 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싶다.

디자인이 그저 사용자가 편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뿐만아니라 다른 서비스와 차별성을 어떻게 설계하고 구현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핵심임을 꽤 간결하게 군더더기 없이 설명하고 있다.

 

별점을 통한 서비스 설계의 차별화

쿠팡과 마켓컬리의 차별화를 이야기 하며 '별점'으로 핵심을 드러내는 점이 이 책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이 아닌가 싶다. '별점'이라는 디자인 요소에 숨은 서비스의 차별화를 매우 통찰력 높게 설명하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역시 각 사업과 서비스가 지향하는 바와 차별성을 일컫는 '고유한 가치 제언(UVP)' 와 디자인이 어떻게 호응하는 지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자신의 사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며, 그 철학을 어떻게 일관되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통찰이라고 본다.

 

 

린 사용자경험(Lean UX)

제2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글은 무조건 '린(lean)' 디자인이다.

사격에 비유해서 '린(lean)'을 설명한 건 특히 좋았다.

'린(lean)'은 '군더더기 없는', '기름기를 쫙 뺀'과 같은 뜻으로 핵심을 기준으로 일단 시작하면서 현실적인 피드백을 통해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성장시키는 철학이다.

영점사격의 목적이 '과녁을 향해 쏘지만, 첫 세발은 맞히는 것보다 사격하는 사람과 총이 맞도록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보면 이 비유는 찰떡같은 게 아닌가 싶다.

 

표면으로 드러난 문제와 진짜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디잔인 사고의 핵심

"IDEO"라는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회사의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을 언급하며 '본질적인 문제'를 발굴하는 것이 얼만 소중한지 '암트랙(Amtrak)'이라는 철도 운송기업 사례로 설명한 것은 이 책의 장점인 '실증성'을 통해 이해를 쉽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

 

린과 심미성

고백하건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린(lean)' 철학에 열광하면서 심미성에 대해서는 좀 유치하게 판단하고 어떤 편향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심미성 높은 외관이 심지어 더 높은 생산성과 만족도를 끌어낸다는 점을 보면서 기능중심의 디자인이 아닌 심미성도 핵심요소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아마 내가 사업을 하면서 독단에서 벗어나 성공을 하게 된다면 '심미성'에 대한 이 책의 지적이 매우 크게 작용할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고유함 - 디자인의 숙명

디자인은 고유한 브랜드에 고유한 스토리를 생성해내는 작업이 아닐까?

스타벅스나 맥도날드가 지역화를 위해서 정체성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오히려 새롭게 부가적인 스토리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는 사례를 통해 디자인이 고유함에 변주를 주어 새로운 고유함을 창출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는 디자인의 속성이 유연하면서도 고유함을 어떻게 유지하는 지를 매우 설득력있게 보여주었다.

이 역시 정체성을 고민하는 회사가 어떻게 일관된 고유함을 유연하게 유지할 것인지 매우 잘 시사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디자인과 윤리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기대한 부분이 바로 '디자인과 윤리'였다.

다크넛지와 화이트넛지

넛지는 잘 알듯이 강요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행동을 유발하는 장치를 일컫는 말이다.

블랙넛지를 좀 쉽게 말하자면 서비스 제공자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자들에게 불리하게 활용하는 경우를 이르고, 화이트넛지는 매출 하락이라는 공포에도 불구하고 신뢰도를 증가시킬 수 있도록 윤리적이면서 과감히 행동하는 경우를 일컬을 수 있다. 화이트 넛지의 예로 몇가지가 등장하고 있는데,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윤리문제'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신뢰'라는 무형의 장매적인 자본을 고려할 때 '화이트넛지' 방식을 디자인으로 녹이는 것은 깊이 고민해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제4장 디자인 사고로 서비스 성공시키기

XR 사업을 준비중인 나를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거의 다 들어보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간결하게 정리된 내용을 다시 읽으면서 내가 어떤 부분을 놓치고 있고, 미진했는지를 뚜렷이 돌아볼 수 있었다고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돌아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제목부터 너무 뻔한 내용이 예상되었다.

뻔한 내용이지만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 명작인 드라마, 소설이 있듯이 이 책은 굉장히 추천을 하고 싶은 책이다.

비록 운 좋게 출판사의 협찬으로 읽게 되었지만 그게 이 책의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

정말 모처럼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사람들

  • 디자인에 대해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
  • 디자인에 대해 제법 뭔가 들여다 보고 디자인씽킹 같은 것도 시도해 본 사람들
  • 사업에 바빠 알고 있던 걸 실제 옮기는데 소홀했던 사람들
  • 심심한데 뭐 읽을 거 없나 싶은 사람들
  •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소통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들
  • 적어놓고 보니 거의 다 읽었으면 싶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